
5.기억에 중독되어
그날의 최고기온은 29도, 습도 65퍼센트, 낮에 한 차례 소나기가 내렸고 강우량은 7밀리미터,
너는 나로부터 1.2미터 떨어진 곳에 있었고, 우리 사이에는 두 사람이 앉아 있었음.
너의 테이블 위에는 3분의 2정도 맥주가 차 있는 500cc 맥주잔, 너의 다이어리,
그리고 핸드폰이 놓여 있었음. 스피커에서는 Rialto의 <Summer’s over>가 흘러나오고 있었고,
그때 누군가 너의 어깨를 툭, 치고 지나갔고, 그 때문에 너의 검은 재킷에 살짝 주름이 짐.
나는 너를 2분 40초 동안 보고 있었고, 그 사이에 너는 잔을 두 번 들었고,
담배 한 대를 피웠으며, 한숨을 한 번 내쉬었음.
너의 깊은 숨이 공기를 미세하게 가로질러 내가 있는 곳으로 흘러왔고,
몇 알의 먼지들이 흩어졌으며, 나는 눈을 감았고, 캄캄한 어둠을 보았음.
30초 후 내가 눈을 떴을 때 너는 어디에도 없었고,
스피커에서는 The Smashing Pumpkins의 <To sheila>가 흐르고 있었음.
그날 이후 약 3백 27시간 동안 너를 보지 못함. 너의 이름, 기억하지 못함.
황경신의 ‘초콜릿 우체국’ 중 ‘이상한 중독에 대한 아홉 가지 이야기’ 중에서…